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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드라이브(Hybrid drive)'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라는 두 가지 형태의 저장장치를 절충한 시스템이다. HDD는 가격이 저렴하고 용량이 풍부하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리다. 반면 SSD는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빠르지만, 가격이 비싸고 용량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두 장치를 적당히 섞어놓으면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빠르고, 용량도 풍부하며, 가격까지 저렴한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이브리드 드라이브가 탄생했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HDD와 SSD를 하나로 합친 제품을 제작한다. 그 다음 자주 사용하는 '핫 데이터'는 SSD로 처리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콜드 데이터'는 HDD 영역에 저장한다. 이렇게 기본 원리가 완성됐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두고 제조사와 개발사 간에 의견이 갈렸다. 결국 제조사와 개발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를 구현하기에 이른다.

시중의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는 크게 네 가지다. 'SSHD(Solid State Hybrid Drive)', '듀얼 드라이브', '퓨전 드라이브', '스마트 응답 기술' 등이다. 넷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걸까.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씨게이트 SSHD



SSHD는 씨게이트가 고안해낸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다. 500GB~1TB의 HDD 속에 4~8GB의 SSD를 캐시 메모리로 포함시켰다. 캐시 메모리란 프로세서(CPU)와 메모리(RAM)가 작업(Process) 처리를 위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를 잠시 보관해두는 장소다. 기존 HDD는 캐시 메모리가 MB(메가바이트) 단위라서 파일이 잠깐 거쳐가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SSHD는 GB(기가바이트) 단위의 SSD를 추가해 특정 파일이 언제나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이 머무르는 파일에 한해서 SSD에 버금가는 속도를 보여준다.

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를 보관해두는 장소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정 작업을 처음 실행할 경우 SSHD는 해당 작업을 HDD 영역에서 처리한다. 느리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당 작업을 반복 실행할 경우 사용할 것을 예상할 수 있기에 데이터를 SSD 영역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SSHD가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빨라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때문에 SSHD를 설치하면 PC로 문서만 처리하는 사람은 MS 오피스 실행속도가 빨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고, 게임만 하는 사람은 게임 실행속도가 빨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모든 사용자가 예외없이 진행하는 운영체제 부팅도 함께 빨라진다.

다른 저장장치와 비교해 SSHD가 갖는 이점은 뭘까. 가격과 공간이다. 일단 가격이 HDD보다 조금 비싼 수준에 불과하다. 별다른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다. 또, HDD와 SSD를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했기 때문에 HDD와 SSD를 함께 설치했을 때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노트북, 소형 데스크톱PC 등 내부 공간이 부족한 제품에 어울린다.

반면 데이터 처리속도의 평균이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가운데 가장 느린 점은 아쉽다. 자주 사용하는 작업의 처리속도는 SSD에 버금가지만, 가끔 사용하는 작업의 처리속도는 HDD 그대로다. 둘의 평균을 내면 SSHD의 데이터 처리속도는 속도 10,000rpm의 HDD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점: 가격이 저렴하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윈도/리눅스/OS X 등 모든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단점: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가운데 데이터 처리 속도의 평균이 가장 느리다

WD 듀얼 드라이브



반면 씨게이트의 경쟁사 WD는 다른 형태의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듀얼 드라이브'를 고안해냈다. HDD 완제품과 SSD 완제품을 하나로 합쳤다. 하지만 HDD와 SSD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PC에 연결하면 SSD는 C드라이브로, HDD는 D드라이브로 잡힌다. 때문에 듀얼 드라이브는 용량을 'SSD 128GB + HDD 1TB' 같은 형태로 표기한다.

듀얼 드라이브는 두 가지 장점을 품고 있다. 하나는 공간절약이다. HDD 하나만 넣을 수 있는 공간에 HDD와 SSD를 함께 넣어둘 수 있다. SSHD와 마찬가지로 노트북, 소형 데스크톱PC에 적합하다.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직접 파일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SSHD와 퓨전 드라이브는 사용자가 SSD 영역에 보관할 파일을 지정할 수 없다. '자주 사용하는 파일을 SSD에 저장한다'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설정해준다. 편하기는 하지만, 모든 설정을 직접 제어하길 원하는 사용자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듀얼 드라이브는 이러한 고급 사용자에게 어울린다. '사용자가 직접' 자주 사용하는 파일은 SSD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파일은 HDD에 보관하면 된다.

하지만 듀얼 드라이브는 단점도 만만찮다. 일단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크기는 HDD와 비슷하지만 그 속에 'HDD 플래터'와 'SSD 메모리'를 함께 넣으려다 보니 제품 단가가 올라갔다. 때문에 SSD와 HDD를 함께 구매한 것보다 비싸다. '1+1=2'가 아니라 '1+1=2.5'가 됐다. 또, 플랫폼의 제약이 심하다. 오직 윈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리눅스, OS X 등 다른 운영체제에선 SSD 영역만 인식하고, HDD 영역을 인식하지 못한다.

장점: 빠르게 처리할 파일을 사용자가 직접 지정할 수 있다,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단점: 비싸다, 오직 윈도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없다

애플 퓨전 드라이브와 인텔 스마트 응답 기술



퓨전 드라이브는 애플이 자사의 일체형PC '아이맥'에 적용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다. 퓨전 드라이브의 원리는 SSHD와 같다. SSD를 HDD의 캐시 메모리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SSHD와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SSHD는 제품에 내장된 콘트롤러가 SSD와 HDD를 제어하지만, 퓨전 드라이브는 애플의 컴퓨터 운영체제 OS X이 SSD와 HDD를 제어한다. 

애플의 최신 아이맥 제품(iMac 2013)에는 SSD와 HDD가 별도로 들어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제품을 켜면 저장장치는 하나인 것으로 나타난다. 1TB HDD와 512GB SSD를 넣으면 1.5TB 퓨전 드라이브가 나온다는 뜻이다. SSD와 HDD가 융합(퓨전)된 상태다. 이 때 얻는 이점은 SSHD와 같다.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은 빨라지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은 HDD 속도 그대로다.

퓨전 드라이브는 SSHD보다 SSD 영역이 크다는 게 장점이다. 때문에 SSD 영역에 파일을 많이 대기시켜 둘 수 있다. 대부분의 앱이 SSD 영역에서 실행된다. HDD 영역에는 그림, 동영상 등 자잘하지만 용량을 많이 차지하는 파일만 남는다. 때문에 데이터 처리속도의 평균을 내면 SSD에 거의 근접한다.

물론 퓨전 드라이브도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일단 OS X이 제어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윈도, 리눅스 등 다른 운영체제를 채택한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없다.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는 SSHD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 제품 내부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소프트웨어적으론 하나지만, 하드웨어적으론 SSD와 HDD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형 컴퓨터인 아이맥과 소형 컴퓨터인 맥 미니에만 적용됐고, 노트북인 맥북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인텔 스마트 응답 기술도 퓨전 드라이브와 원리가 같다. 퓨전 드라이브는 OS X이 SSD와 HDD를 제어하지만, 스마트 응답 기술은 인텔 프로세서에 내장된 I/O(입출력) 콘트롤러가 SSD와 HDD를 제어한다. 장단점도 동일하다. 스마트 응답 기술을 사용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프로세서와 20GB 이상의 용량을 갖춘 SSD가 필요하다.

장점: 빠른 평균 데이터 처리속도 
단점: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특정 플랫폼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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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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